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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책

매일매일 막내 공주로 한숨이 늘은 왕비는,

입이 닳도록 잔소리를 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은밀하게 옆 나라의 유명한 성자를 찾았어요.

그녀의 불쌍한 막내 공주가 악마에 들렸거나,

아니면 저주에 걸린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어요.

막내 공주는 로브를 뒤집어 쓴 어머니의 손에 끌려​

어느 온통 흰 복장의 성자 앞에 앉혀졌지요.

그녀는 인사할 생각도 않고 멀뚱히 성자를 바라보았어요.

성자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말했어요.

"아, 정말 단단히도 저주에 걸렸습니다.

오, 이럴수가 대체 어디서 어떤 원한을 사신 겁니까, 왕비님!"

"무슨, 무슨 저주지요? 공주가 무슨 저주에 걸린 겁니까?"

"이 공주님은 현실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할 것입니다.

현실에 있는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기 전까지요."
 

"그럴수가!"

"해주는 저로서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요. 하지만 저주를 늦추는 건 도와드릴 수 있겠습니다."

왕비는 당장 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성자는 무어라 중얼거리고 공주의 이마에 성수를 찍었어요.

성수는 차가웠고 공주는 조금 기분이 나빠져, 성자의 손을 쳐냈어요.

심기불편해진 성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런! 들려도 아주 단단히 들렸군요. 안되겠습니다. 왕비님.

주시기로 한 금만 받겠습니다. 무척 두렵군요."

왕비와 공주는 내쫓기듯 그곳에서 나왔습니다.

왕비는 왕궁으로 돌아가는 내내 불안에 찬 목소리로 저주, 저주라고.

그런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왕비는 얼마 못가 시름시름 앓았습니다.

온종일 막내 공주의 저주를 풀 생각을 하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평화로웠던 왕국의 사람들, 막내 공주의 언니들과 왕도

​덩달아 근심이 가득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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