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밖으로
"난 이 책을 알아."
왜냐하면 이건 내 책이니까.
왕자는 순간 온몸에 오한을 느꼈다.
아바마마는 제게 서고를 준 적이 없다.
그리고 분명, 자신은 왕궁을 떠났을 터였다.
그의 시종과 함께, 꿈에 그리던 모험을 오래토록 떠났을 터였다.
"여긴 대체 어디지? 나는......."
왕자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천천히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갖은 고생을 하며 이 마을 저 마을을 전전한 기억이 있다.
아무리 뿌연 기억일지라도 왕자는 궁으로 돌아가지 않은 걸 확신했다.
그는 이윽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온 곳을 떠올렸다.
왕자와 시종은 끝내 찾았던 것이다, 꿈에 그리던 이야기 동굴을.
그리고 그는 그 안에 발을 들였던 것 같은데.......
"왕자님?"
돌연 들려오는 목소리에, 왕자는 고개를 들었다. 오르페인가? 아니, 아니었다.
그의 시종의 목소리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리고 목소리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도 있는 것 같은.
"왕자님? 어디 계십니까?"
"거기 있습니까?"
"왕자님?"
왕자는 정신이 점점 명료해진다고 느꼈다. 특별히 아름다운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역시 저 목소리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어.'
'내가 빠져있던 이 이야기 안에서 분명.'
하지만 아무리 애써봐도 생각나지 않았다.
왕자가 그러는 동안에도, 목소리의 주인은 점점 다가왔다.
퉁퉁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바로 코앞이 되었을 때,
그 목소리가 크게 외쳤다.
"이 괴물!"
왕자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눈을 껌벅였다.
여전히 눈앞은 어둠, 어둠 뿐이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괴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왕자는 조금 겁을 먹었다. 보이지 않는 괴물이 자신을 잡아먹었거나
옆에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무언가 잘려나가는 매서운 소리가 나고,
이내 처음으로 끔찍한 고통이 왕자에게 닥쳤다.
왕자는 참을 수 없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은 메아리 끝에 사라지고
동굴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