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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밖으로

"아니야. 이건 이상해."

​​

왕자는 돌연 서고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분명, 그랬다.

​​

"폐하가 나를 사랑했다고? 내게 서고를 주셨다고? 그런... 기억이 없어!"
 

문 밖에 서 있던 시종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듯 왕자에게 눈을 돌렸다.

​마주친 시종의 얼굴은 엉망으로 짓이겨져 피투성이였다.

"왕자님?"

"무슨 일이신가요?"

시종이 형체도 남아있지 않은 턱을 벌릴 때마다 살점과 함께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다가오지 마!"

왕자는 비명을 지르며 시종에게서 물러났다. 자신의 궁을 향해 달리고 달렸다.

그러나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걸어도 영원히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시종은 더이상 따라오지 않았지만, 시종과 같은 괴물들이 온갖곳에 서서 왕자를 불렀다.

 

"왕자님."

"왕자님?"

"어디 계시나요?"
 

"왕자님, 거기 있나요?"

"왕자님."

"오지마! 저리가!"

왕자는 손에 잡히는대로 팔을 휘둘렀다.

이상하게도 그에 손에 맞는 족족 그것들의 몸은 조각나고 뭉개져 바닥으로 떨어져나갔다.

왕자는 그럴수록 더욱 겁에 질려 사람들을 밀치고 발을 구르며 더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보니 바닥이 그저 하얗기만 했다. 그가 알던 흙바닥이 아니었다.

점점이 떨어진 핏자국을 제외하면 어느 면도 종이처럼 새하얬다.

왕자는 모든 광경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졌다.

왕자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어쩐지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 거란 예감이 들었으나 상관없다.

​왕자는 눈을 감았다.

"이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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