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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 이야기
어느 아름답고 강대한 나라에 칭송받는 왕이 있었답니다.
땅은 기름지고 백성들은 굶지 않고
왕의 성은 드높기만 했습니다.
왕은 오백 년도 넘게 아무 근심도 없이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그에게 자식이 생기기 전까지는요.
오백 년만에 왕이 갓 태어난 소년을 데려왔을 땐,
온 마을에 축제가 열렸답니다.
하지만 못된 요정이 질투했던 걸까요?
그의 자식은 몸이 무척 약했습니다.
왕의 늠름한 위세를 조금도 닮지 않아
왕자는 늘 시름시름 앓았습니다.
왕자는 하루 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바람만 맞아도 며칠을 꼬박 앓는 불쌍한 왕자님.
이웃나라 공주님처럼 검을 휘두르지도,
왕처럼 벼락을 치지도 못했지요.
조금만 서있어도 왕자는 지친 한숨을 내쉬었어요.
조금만 흥분해도 왕자의 머리엔 열이 올랐습니다.
그래도 왕은 왕자님을 아꼈답니다.
왕은 왕자를 질책하거나,
혼내지 않았어요.
대신 왕자에게 커다란 서고를 선물했습니다.
왕궁과 먼 곳의 아름다운 서고.
왕자님은 시종 한 명을 데리고 그 서고에 발을 디뎠습니다.
수백만가지의 방대하고 진귀한 서적을 보며,
왕자님은 창백한 얼굴로 기뻐했습니다.
왕자님은 살아있는 동안 그곳의 모든 책을 읽기로 했어요.
매일, 매일이요.
왕자님은 무슨 이야기를 가장 먼저 읽을까 고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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