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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를 읽을까요?
왕자는 홀린 듯 서가 사이를 걸어 나갔습니다.
책등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면서요
충실한 시종은 서고의 문 앞에서 왕자를 기다렸습니다.
어느새 서고의 입구는 까마득히 멀어졌어요.
서고는
온통
왕자의
키보다
높은
책장들로
가득했고,
사다리가 있었지만,
약한 왕자님의 몸으로는 올라갈 수 없을 게 뻔했죠.
왕자는 큰소리로 시종을 부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것보다 자신에게 그런 기력이 있는지 의심했어요.
왕자는 하는 수 없이 제 앞의 책등을 살폈습니다.
이상하게도 책등에는 아무런 글자도 없었습니다.
첫번째 책등은,
반질반질 윤이 났어요.
두번째 책등은,
투박했지요.
왕자님은 이윽고 한 권을 골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면,
용기 내어 시종을 부르는 게 좋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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